자신이 작사한 노래 ‘어머니’를 부르는 트로트 가수 이효정. 6남매 중 막내딸인 그는 시집올 때 혼수와 함께 퇴행성 치매에 걸린 친정어머니(84)를 모셔와 17년째 모시고 있다. 가족나들이 등 일상의 행복을 포기했지만 밝게 사는 이효정씨의 이야기가 KBS 2TV ‘인간극장’(월~금, 오후 8시50분)으로 방영되어 잔잔한 감동을 던져주고 있다.
인간극장 시청자게시판에는 “항상 부모에게 바라기만 하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효정씨, 존경합니다” 등 따스한 격려와 자기반성의 글이 가득하고 N세대 네티즌들이 만든 팬카페도 몇개가 생겼다.
“제가 4남 2녀 중 막내딸인데 어릴 때는 항상 언니오빠들에게 치여 엄마 사랑에 목말랐어요. 위로 두 오빠가 정신질환을 앓다 돌아가시자 오빠들 병수발을 하던 엄마는 그만 치매가 됐어요. 힘들어도 이제야 엄마를 독차지한 것 같아 오히려 행복해요”
남편 김홍곤씨(48)도 효정씨가 없을 때는 장모를 돌보며 수시로 발길질을 당하고 장모의 대소변도 받아낸다. 중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도 친구들 한번 제대로 못데리고 와도 치매할머니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이렇게 일상이 고단한데도 효정씨는 10년 전 가수란 직업을 선택했다. 아직은 성인가요 프로에 잠깐 얼굴을 비칠 뿐이다. 분장실에 돗자리를 깔아 어머니를 눕혀두는 효정씨는 잠깐씩이라도 제정신이 돌아오는 어머니에게 딸이 가수임을 보여주고 싶단다.
두달 동안 이씨 가족과 함께 생활하며 효정씨의 지극정성을 카메라에 담은 신훈승 PD는 처음엔 이씨가 “치매어머니를 팔아 가수로 ‘뜨려는’ 줄 오해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화려한 조명을 받는 가수란 직업은 긴장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효정씨의 돌파구더군요. 무대에선 팬들의 갈채를 받으니까요. 또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의 허전한 자리를 메워줄 존재로 가수란 직업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트로트가수로 성공하려면 경쾌한 노래를 부르라는 작곡가들의 권유에도 느릿느릿 구성진 ‘어머니’만 고집하는 이효정. 그 아름다운 고집에 많은 이들이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